변호사가 되고 나서 지인들, 혹은 의뢰인들, 혹은 교육대상자분들로부터 자주 받게 되는 질문이 있습니다.
그건 바로,
"그렇게 못된 범죄를 저지른 흉악범들이나 사기꾼같은 나쁜 사람들을 왜 변호해 주는 건가요?"
라는 질문입니다.
이 질문은,
진짜 궁금해서 물어보시는 분뿐 아니라,
나쁜 범죄자들을 변호해 주고 도와주는 것 같이 보이는 변호사에 대해서 색안경을 끼고 물어보시는 분들도 계십니다.

이 질문에 대해서는 장난삼아 대답을 할 수가 없는 주제라서,
가볍게 질문을 받았다고 하더라도 저는 조금 진지하게 대답을 해드리는 편입니다.
깊이 들어가면, 법치주의, 헌법...뭐 등등등 깊고 길게 얘기할 수 있는 주제이지만,
일단은 아주 쉽게 예를 들어 말을 하자면, (결은 조금 다르지만 이해를 돕기 위해서)
외과의사와 비교를 해서 설명을 해볼 수 있겠습니다.
일반적으로 어떤 사람에게 칼을 들이대거나
칼로 그 사람의 피부를 가른다거나, 복부를 절개하거나 등등의 행위를 하면,
그런 행위는 범죄로 보고 금지하고 있거나 처벌을 받게 되지만,
외과의사들은 법적으로 적법하게 위와 같은 행위를 할 수 있고, 처벌받지도 또는 비난받지도 않습니다.
이와 마찬가지로
일반적으로 범죄자를 옹호하거나 편들어 주거나 도와주는 경우에는
도주원조죄, 범죄를 방조한 죄, 증인도피 등 증거인멸에 관한 죄, 공무집행방해죄 등등으로 처벌받고 비난받게 되지만,
변호사들은 법적으로, 정확히는 헌법에서 범죄자를 도와줄 수 있는 = 조력할 수 있는 권리를 인정해 주고 있고, 특별한 사정이 없다면 이러한 조력행위는 처벌받지도 또는 비난받지도 았습니다.
심지어 일정한 경우에는 국가가 직접 변호인들 선임해주는 경우도 있고, 이를 국선변호인이라고 합니다.

정확히는
이것은 변호사들을 위한 권리가 아니라,
일반 국민들을 위한 권리라고 볼 수 있어요.
이는, 모든 국민들이 신체의 자유를 가지는 것부터 시작하는데,
대한민국 헌법 제12조에 의해서
신체의 자유를 갖는 국민들은
함부로 체포, 구속, 압수, 수색 또는 심문을 받지 않도록 보호받아야 하고,
헌법과 법률이 정하는 적법한 절차에 의하지 않고는 처벌 등을 받지 않도록 보호받고 있습니다.
지금은 우리가 아주 자유롭게 생활하는 것이 당연하게 여겨지는 시대이지만,
시대를 거슬러 올라가면, 우리의 역사 속에는
일반 국민들의 신체적 자유가 심하게 제약 받거나 침해받았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그 때는 우리 사회가 법적인 절차와는 무관하게 체포, 구속, 압수, 수색 또는 심문을 받고,
나아가 고문을 받으면서 형사처벌을 받았었고,
범죄를 저지르지도 않았는데, 무단히 끌려가 제대로 된 변호 한 번 해보지도 못하고
아무런 도움을 받지도 못한채 고문을 받아 자백을 하고 교도소에 수감되는 일이 꽤 있었죠.

그런 비극적인 일이 자행되는 것을 금지하기 위해,
모든 국민들의 신체적 자유는 헌법을 통해 보호되고,
이를 위해 형사절차 상에서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강하게 보장해 주고 있습니다.
"모든 국민이 범죄자는 아니지 않냐?
흉악범죄는 그럴만한 사람이 저지르는 거니까
그런 사람은 굳이 보호해줄 필요 없지 않냐?"
라는 물음이 있을 수 있지만,
모든 국민은 자신도 모르게 범죄를 저지르게 될 수 있습니다.
반드시 강간, 살인 등 흉악범죄나 중대범죄만 범죄인 것은 아니고,
과실로서도 범죄를 저지를 수도 있는 것이구요.
쉽게는 운전을 하다가 과실로 사람을 치더라도 범죄자가 될 수 있는 것이고,
아무 생각 없이 말을 잘못했다가 모욕죄나 명예훼손죄를 저지르게도 될 수도 있고,
우리는 언제든 형사처벌을 받게 될 상황에 놓이게 될 가능성 속에 살고 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닙니다.
특히, 요즘같이 법령이 도저히 셀 수도 없을만큼 생겨나는 사회에서는
내 행동이 범죄인지, 처벌받는 행동인지
전혀 알지 못하고 죄를 저지르게 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럴 때는
그 사람이 잘못은 하긴 했지만,
고의인지 과실이었는지,
그 행위가 범죄가 진짜 되는 것인지,
처벌을 면하게 되는 정당한 사유가 있는 것은 아닌지,
처벌된다면 적당한 처벌수위는 어느정도인지,
에 관하여
전문가를 통해 조력을 받고 정당한 처벌이나 처분을 받을 수 있어야 합니다.

그렇지 않다면,
억울하게 누명을 쓸 수도 있고,
자신이 한 행동보다 훨씬 더 심한 처벌을 받을 수도 있고,
국가기관(검찰, 법원)의 무지로 인해 개인의 생명, 신체, 재산이 침해당하게 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가끔 심정적으로, 감정적으로는
천벌을 받아 마땅한 사람이라고 비난을 하게 되고,
그 사람을 변호하는 변호사 또한 심적으로 갈등을 하게 되기도 하고, 속으로는 비난의 마음이 있을 수 있어요.
하지만, 변호사가 변호를 하는 것은
'업무의 일환'으로 하는 것이기 때문에
감정적으로 동요되지 않고,
냉정함을 유지하면서 업무를 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이러한 변호활동을 하는데 감정적 동요를 자제하지 못하고 냉정함이 유지가 되지 않는다면, 그 사람은 그 사건은 맡지 않는게 더 낫습니다.

외과 의사가 수술을 통해 사람의 신체를 침해하는 행위를 하면서 사람의 생명을 지키는 것처럼,
변호사도 법적 조력행위를 통해 '국가기관이 사람의 생명, 신체, 재산'을 침해하는 것을 방지하고 법치주의와 사회 시스템, 국민들의 생명, 신체 재산을 지켜나가는 업무를 하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하면 될 것 같습니다.
좀 거창하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그런 임무를 맡고 있기 때문에 의사나 변호사들은 다른 직업에 비해 윤리적 제약을 많이 받고,
그 자격에 공적인 지위나 무거운 의무/책임이 주어지고 있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글이 너무 길어지는 것 같아, 일단 이번 포스트는 여기까지 설명하는 것으로 하겠습니다.
아래는, 참고법령으로 대한민국 헌법 제12조, 제13조, 제27조를 실어놓았습니다.
대한민국 헌법 ②모든 국민은 고문을 받지 아니하며, 형사상 자기에게 불리한 진술을 강요당하지 아니한다. ③체포ㆍ구속ㆍ압수 또는 수색을 할 때에는 적법한 절차에 따라 검사의 신청에 의하여 법관이 발부한 영장을 제시하여야 한다. 다만, 현행범인인 경우와 장기 3년 이상의 형에 해당하는 죄를 범하고 도피 또는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을 때에는 사후에 영장을 청구할 수 있다. ④누구든지 체포 또는 구속을 당한 때에는 즉시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 다만, 형사피고인이 스스로 변호인을 구할 수 없을 때에는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국가가 변호인을 붙인다.
제13조
제27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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